축은 고정하고 회전은 자유롭게
피벗의 지혜
사도행전 16장 1~5절
피벗의 지혜
사도행전 16장 1~5절
1. 죽음의 도시로 다시 걸어 들어가는 사람
바울은 불과 얼마 전 ‘루스드라’에서 돌에 맞아 죽은 줄 알고 성 밖에 버려졌던 사람입니다(행 14장). 누군가 나를 돌로 쳐 죽이려 했던 그 트라우마의 땅으로, 바울은 제 발로 뚜벅뚜벅 다시 걸어 들어갑니다. 그곳에 두고 온 어린 영혼들을 향한 사랑이, 내 목숨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생존 본능보다 훨씬 더 컸기 때문입니다. 오늘 다섯 절의 말씀은 ‘사랑이 두려움을 압도해버린’ 한 사람의 경이로운 발걸음에서 시작됩니다.
2. 욕구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욕구의 주인이 바뀐 사람
심리학자 매슬로우는 말년에 인간의 가장 깊은 욕구로 ‘자기 초월(Self-Transcendence)의 욕구’를 추가했습니다. 인간은 “나는 무엇을 얻을 것인가?”가 아니라 “나는 누구를 위해 존재할 것인가?”를 지향할 때 참된 기쁨을 누린다는 것입니다. 그 궁극의 ‘절대 타자’가 바로 하나님이십니다. 다른 모든 욕구에는 ‘물림 현상(네거티브 피드백)’이 작동하지만,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섬기는 기쁨만은 아무리 반복해도 물리지 않습니다. 바울은 욕구가 마비된 초인이 아니라, 다메섹에서 주님을 만나 ‘욕구의 주인’이 바뀐 사람이었습니다.
3. 상실의 골짜기에서 거둔 첫 열매, 디모데 (맥추의 은혜)
바로 앞 15장에서 바울은 마가 문제로 영적 스승이자 최고의 동역자였던 바나바를 잃어버린 깊은 상실 가운데 있었습니다. 그렇게 상처투성이의 땅 루스드라로 걸어 들어온 바울에게, 하나님은 생각지도 못한 위로의 선물 ‘디모데’를 예비하셨습니다. 헬라인 아버지와 유대인 어머니 사이에서 환영받기 힘든 환경이었지만, 외할머니 로이스와 어머니 유니게의 신앙 교육으로 ‘형제들에게 칭찬받는’ 제자로 자란 청년입니다. 실패와 상실의 자리를 믿음으로 걸어 들어가는 자에게, 하나님은 눈물방울 수만큼 찬란한 감사의 첫 열매를 예비하십니다.
4. 축은 고정하고 회전은 자유롭게 (피벗의 지혜)
할례 문제라면 목숨 걸고 싸웠고 디도의 할례는 끝까지 거부했던 바울이, 여기서는 스스로 디모데에게 할례를 행합니다. 농구의 ‘피벗’처럼, 축발이 단단히 고정되어 있을 때 회전발은 자유로워집니다. 바울에게 절대 뗄 수 없는 ‘축발’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은혜로만 구원받는다”는 복음의 본질이었습니다. 디모데의 할례는 구원을 위해서가 아니라 회당에서 복음 전할 길을 여는 ‘자유발’의 유연함이었습니다. 본질이 확고했기에 비본질에서는 오히려 무한히 유연해질 수 있었던 것입니다.
5. 단단한 기초 위에 맺히는 부흥과 성장의 열매
바울 일행은 여러 성을 다니며 이방인에게 율법의 무거운 짐을 지우지 않는 ‘자유와 일치’의 규례를 전합니다. 그 결과 “여러 교회가 믿음이 더 굳건해지고 수가 날마다 늘어가니라”(5절)고 기록합니다. ‘굳건해지다(στερεόω)’는 기초가 시멘트처럼 단단히 굳어 흔들리지 않는 건축 용어입니다. 무엇이 목숨 걸고 지킬 본질(축발)이고 무엇이 사랑으로 넘어갈 비본질(회전발)인지 분별할 때, 교회의 기초가 단단해지고 그 위에서 부흥과 성장의 열매가 맺힙니다.
"복음이라는 본질(축발)이 견고하게 고정될 때, 우리는 비로소 비본질적인 것들에 집착하지 않고 이웃을 향해 무한히 부드럽고 유연해지는 진정한 자유를 누립니다. 주님께 축발을 단단히 고정한 자리에, 하나님은 눈물의 수만큼 찬란한 ‘디모데’라는 첫 열매를 반드시 맺게 하십니다."
한 주간의 삶에서 셀원들과 나누고 싶은 감사, 고민, 또는 기도제목은 무엇입니까?
오늘 말씀에서 특별히 마음에 남은 장면이나 문장은 무엇이며, 그것이 내 삶에 어떻게 들려왔습니까?
바울은 자신을 죽이려 했던 루스드라로 사랑 때문에 다시 걸어 들어갔습니다. 지금 나에게 두려움이나 상처 때문에 피하고 싶은 ‘루스드라’ 같은 자리가 있습니까? 생존 본능과 이기적 욕망을 넘어, 하나님과 이웃을 향한 사랑이 나를 이끌었던 경험을 나누어 봅시다.
바나바를 잃은 상실의 골짜기에서 바울은 디모데를 만났습니다. 올 상반기 동안 내가 겪은 실패나 상실, 아픔은 무엇이었습니까? 그 자리 너머에 하나님이 예비하신 ‘맥추의 은혜(첫 열매)’를 기대하며, 이번 맥추감사절에 감사할 제목을 함께 나누어 봅시다.
우리는 종종 본질(복음·용서·사랑, 축발)은 쉽게 포기하면서, 비본질(형식·취향·정치 성향, 회전발)에는 목숨을 겁니다. 나는 지금 어디에 축발을 고정하고 있습니까? 가정과 교회에서 ‘고정할 것’과 ‘유연하게 넘어갈 것’을 어떻게 분별하고 실천할 수 있을지 나누어 봅시다.